전세라는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고 하던데, 왜 다른 나라에는 없습니까? 우리나라에만 어쩌다 이런 제도가 있을까요?
전세라는 제도는 다들 아시지만 별 문제가 없으면 집주인도 좋고 세입자도 좋고 그런 제도인데 이게 혹시라도 중간에 사고나 문제가 생기면 아주 큰 문제가 생길만큼 위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는 전세 제도가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위험한 이유는 예를들어 4억짜리 집을 전세 3억에 빌려줬다고 가정했을 때 그 집이 집값은 내려서 2억이 되면 집주인은 연락이 안 될 확률이 높습니다. 세입자는 3억원 되돌려 받을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또 예를들어 세입자가 한두달 집 비운 사이에 집주인이 그 집을 세입자 없는 집처럼 꾸며서 다른 사람한테 팔아버리면 세입자는 전세금 3억을 어디서 돌려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면 집주인이 세입자 산다는 거 얘기 안하고 어디 다른 곳에서 대출 받으면 또 세입자는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위험한 제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은 게 외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신기하다는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다 이런 위험한 요소를 안고 있는 전세 제도가 잘 생존하게 됐냐면 세입자하고 전세금을 보호해 주는 등기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입자가 해외 발령이 나서 1년 넘게 집주인이 세입자 없는 것 처럼 꾸미고 그 집을 팔거나 대출 받을 수가 없습니다. 등기서류 조회해 보면 세입자 있다는 것이 다 나옵니다.
그래서 조선후기부터 전세 제도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세 제도가 생긴 게 그 이전부터 전세 제도가 꽤 보편화되어 있으니까 나라에서 이런 등기라는 보호 규정을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만 전세 제도가 자리 잡은 이유는 계속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냥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고 다행이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제도로 뒷받침해주는 바람에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잡았다는 것입니다. 원래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는 약자 돕는 제도를 다른 나라 보다 좀 잘 자주 빠르게 만드는 편인 것 같습니다.
200907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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